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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5

효도는 핑계인 제주 여행: 마지막. 좋아하는 것에 대한 조각들 선택지가 많아질 수록 결정하기가 조심스러워진다. 사실 경험하고 난 뒤엔 무엇을 선택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는 것 같은데(애초에 내가 위험할 수 있는 환경에 나를 절대 노출시키려고 하지 않으니까), 합리적으로 비용을 사용했는가 이 선택이 옳은 선택인가, 더 좋은 결정은 없었는가 같은 고민이 더 행동을 어렵게 만든다. 적어도 분기에 한 번 제주에 내려가게 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 마음과 무엇이든 주저하게 되는 마음이 계속 결정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래서 집주인이 살고 계신 집의 개인실을 이용한 경험이 어땠나 돌아보면, 굉장히 새롭고 재미있었다. 충분한 개인공간을 이용해서 편안했고, 덜 안전할 상황도 전혀 없었다. 내가 뚝딱거리는 것 정도는 서투른 외국어를 사용해도 현지에서 대부분 친절하게 받아주는 .. 2022. 12. 26.
효도는 핑계인 제주 여행: 네번째. 워케이션 3박 4일의 짧은 일정 중 팀 회의가 있는 하루는 제주에서 재택을 하기로 했다. 내려올 때부터 염두에 두었던 조천에 있는 공유 오피스. 회사 동료들 중에서도 이용해본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전 날 미리 SNS를 통해 예약 문의를 했고, 15,000원 1일권을 구매하기로 했다. 공유오피스를 쓰기로 했다고 하니, 부모님은 궁금함 반, 초보운전인 내가 잘 갈 수 있을지 걱정 반으로 답사(?!)를 가자고 했고 얼떨결에 전날 밤 스치듯 공유오피스 앞을 다녀갔다. 다음 날, 엄마의 모닝을 빌려 조심조심 주차까지 마치니 거의 10시 반. 이 날도 에어비앤비 호스트님과 아침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조금 늦게 출근했다. 아침은 조금 흐린 날씨였지만 좌석 앞으로 보이는 바다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스탠딩 바 체어에서.. 2022. 12. 24.
효도는 핑계인 제주 여행: 세번째. 아빠의 작은 정원 아빠는 취미가 없는 사람이었다. 일과 집, 교회 뿐인 성실한 가장의 이상적인 인물이었다. 일도 적당히 하는 걸 본 일이 없다. 회사에 다닐 땐 얼굴을 보기 힘들었고, 자영업을 시작한 뒤로 누구보다 일찍 시작하고 늦게 닫았으니까. (내 일중독이 어디에서 왔는지 고민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 얘기를 하면 엄마아빠 다들 깔깔 웃으신다) 동생이 취직과 함께 이미 독립한 나와 같이 살 수 있는 여건이 되자 부모님은 이듬해, 육지살이 근 30여년만에 제주로 돌아왔다. 조금 쉴 줄 알았지만 쉴 줄을 몰랐던 아버지는 바로 친척의 소개로 건설현장에 자재를 납품하는 회사에서 주 6일 근무를 시작했고 5년을 꼬박 일했다. 장손으로 노부모님을 모시는 것까지 여전히 바쁜 삶이었지만, 일산 시골짝 농지에서도 하지 않았던 아버.. 2022. 12. 22.
효도는 핑계인 제주 여행: 두번째. 엄마의 취향 첫 날 늦은 저녁 에어비앤비 체크인을 한 후 아담하고 따뜻한 개인실에서 편안히 잠을 청했다. 아침이 되어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나오니, 집을 정리하던 호스트 님이 나를 보시고 요거트와 식빵을 직접 구워주셨다. 낯가림이 발동했지만 조금씩 호스트 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부모님의 본가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시면서 주변의 맛집도 알려주시고, 엄마가 일하는 곳을 알고는 자연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고 이야기해주셨다. '어떻게 답변하지...? 이런 말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조금씩 줄어들어서 서로의 가족 이야기도 나누었다. 호스트 님은 나의 엄마와 비슷한 연배여서 내 또래의 남매를 자녀로 두고 있었고, 외국에서 오랜 생활을 거치고 내 부모님과 비슷한 시기에 제주에 정착하셨던 것도 흥미로.. 2022.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