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마지막 입장인 그룹 5가 되어, 아주 천천히 비행기에 올라탔다.
늦게 타서 안 좋은 점.
작은 항공기라 그런 지 내 자리 윗칸이 짐으로 가득 차있었고, 꽤 떨어진 다른 짐칸에 캐리어를 밀어넣어야 했다.
수하물을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이동하고 싶어 기내용 캐리어를 들고 다니는데 예상 밖의 변수가 생겼다.
그냥 마음 편히 가기로 한다. 다른 수도 없으니.
핀에어로 결제했건만, 4시간의 비행에서 모니터도 없고(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기내식도 없는) 공동운항을 타게 되다니!
배가 아주 고픈 것도 아니었고 잠을 자면 되니 이 것도 괜찮지 뭐, 하고 잠을 청하려고 했다.
그런데...
정.말. 관광버스인 줄 알았다.
명절인가요? 다들 오랜만에 만나 할 말이 많은 친구들처럼 끊임 없이 대화를 하는데, 스페인어가 또 오죽 빨라야지.
모두 함께 즐기는데 나만 고요한 관광버스 같았다. ㅎㅎㅎ
흥겨운 비행기는 헬싱키의 상공을 날아 이베리아 반도로 향한다.
하루 종일 흐렸던 헬싱키의 하늘.
그 구름 위로 올라오니 새로운 2층의 세상이 있는 것 마냥 깨끗한 하늘과 노을이 보였다.
위스키의 색을 띈 하늘과 그 아래 촘촘한 도로망을 보여주는 도시의 저녁.
그렇게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탑승구와 출구가 같이 있는 출국장 겸 입국장이었나보다.
표지판을 따라 출구를 찾아갔다.
휴양지와 같이 독특한 천장과 약간은 외계인을 떠올리게 하는 조명들이 길게 늘어서있었다.
출구를 지나 지하철역을 찾았다.
처음에 공항 밖으로 나가서 헤맸지만, 아래 층으로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내려가면 되는 것이었다.
우버를 부를까 잠시 고민하다가 한 번만 더 찾아보자고 생각해서 찾았다.
(이 땐 지하철과 Renfe의 구분도 되지 않았었다.)
기계에서 지하철 10회 정기권을 구입하고 입구의 녹색 부분에 카드를 가져다 대면 입장할 수 있다.
사진 하단에 보이는 왠지 카드를 긁어야만 할 것 같은 거기 아니다. (카드 긁을 뻔. 찔림.)
마드리드는 터미널이 4개 있는데, 1-2-3 터미널이 함께 붙어있고, 4 터미널은 약간 떨어져있다.
환승을 위해 종착역인 Nuevos Ministerios 역으로 이동한다.
종착역이어서 문을 직접 열 필요가 없었다.
스페인에 있는 동안 직접 지하철 문을 연 건 딱 한 번이었다. 대부분 환승역에 사람들이 많아서.
문 양 옆에 동그란 버튼을 누르거나, 수동으로 손잡이를 올려서 문을 열게 된다.
저녁 8시 반 즈음 사람들이 많지 않아 편하게 앉아서 이동했다.
Nuevos Ministerios 역에 내려 구글맵이 안내하는 대로 Sol 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환승하러 왔는데,
카드가 인식이 되지 않았다.
스페인의 지하철에 대해 전혀 검색하지 않고 왔기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무선 태그가 되는 신용카드를 대서 입장을 했는데도 Sol 역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해 다시 나온 후에야 역무원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알았다.
정기권 지하철로 이동할 수 없는 Renfe라는 별도의 지하철이 있다는 걸.
지하철 회사가 다른가? 그렇다고 해도 왜 환승이 안되지? 생각했었는데, 찾아보니 Renfe는 지하철이 아닌 열차란다. 지역열차라고 불리는 것 같다.
그래서 같은 지하에서 환승을 하더라도 메트로 출구로 나간 후 Renfe 입구로 별도의 카드를 태그해서 새로 입장하는 것이었다.
결국, 카드를 구매했다. ^^
직원에게 나 태그 되는 신용카드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직원이 티켓 발권기로 나를 안내했기 때문에, 어느 샌가 손에 티켓이 들려있....네?
빨리 짐을 내려놓고 싶으니 지체하지 않고 이동했다.
Renfe 열차는 빨간색과 보라색 두 줄로 표시가 되어있고, 시력검사할 때 나올 것 같은 마크가 로고로 표시되어 있다.
그렇게 Sol 역에 도착했다! 와우
어디로 나가야 하지? 갈림길에서 지도를 펼쳐보니, 숙소가 있는 곳은 Tirso de Molina라는 1호선 역이어서 오른쪽인 Puerta del Sol(솔 광장의 문)으로 나가서 걸어가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이게 왜 첫 번째 길 안내였던 건지는 모르겠다. 1호선으로 갈아타면 더 적게 걸어갈텐데, 이번 여행은 아무래도 나를 많이 걷게 만들려고 하는 산티아고 예행연습 같다.
Sol 역으로 나오니, 9시 반이 넘은 시각에도 길이 밝고 사람들이 많이 나와있었다.
큰 길을 따라 구글맵이 안내하는 대로 걸어가니 화려한 극장이 나왔다.
Tirso de Molina 역 근처까지 걸어오니 또 다른 극장이 보였고, 여기서부터 골목길로 이동했다.
처음이라 조금 무서우니 서둘러 걸었다.
골목길로 내려와 왼쪽을 딱 돌아보니 숙소가 있었다.
후, 오래 걸려 도착했다. 마음이 탁 놓였다.
2060 The Newton Hostel · C. de la Cabeza, 11, 28012 Madrid, 스페인
★★★★★ · 호텔
www.google.com
간단히 숙소 안내를 받고, 3유로나 내고 큰 타월 하나를 빌려 방으로 올라갔다.
이번엔 숙박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호스텔을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첫 3박과 포르투의 4박만 숙소 예약을 한 상태로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4인 여성 도미토리 방은 2층 침대 2개가 일렬로 놓여있었고, 내 침대가 2층인 덕에 곡소리를 내며 침대 위로 올라갔다.
피곤함이 극에 달하니 식사를 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아서, 씻고 (가장 중요한) 전자기기 충전을 마친 후 곯아떨어졌다.
그렇게 인천공항을 지난 30시간의 여정과 여행 첫 날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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