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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여행

미술이라는 기록의 역사, 프라도 미술관 | 혼자 마드리드 여행

by es-the-rkive 202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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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노잼(?)대전이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었던 마드리드지만,
미술관 컬렉터의 도시답게 많은 미술관이 도시에 존재한다.
미술관 코스, 필수로 가야 할 미술관 리스트가 있을 정도니까.

그 중에서,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면서 엄청나게 다양한 그림을 소장한 곳,
프라도 미술관에 다녀왔다.
날씨가 아주 깨끗하고 맑은 날이었다.


아무리 오디오 가이드가 있다고 해도 너무 무지한 상태로 방문하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까?
바르셀로나 여행 때 가우디 투어를 하면서도 내심 '더 알 수록 재미있는 여행'을 경험했기 때문에,
밀리의 서재에서 책을 한 권 찾아서 이틀 동안 읽고 미술관에 방문했다.
(고 말하기엔 미술관을 방문하는 날을 미리 계획하진 않았지만.)

마드리드 외에도 스페인 주요 도시에 있는 미술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운 책이다.
나중에 바르셀로나에 다시 갈 때 한 번 더 읽을 예정이다.



티켓을 구입하는 쪽으로 도착했다.
오후 4시 반 정도였는데, 미술관 주변에 앉아있는 시민들이 많았다.
평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가능한 무료입장을 기다리는 이들도 있을 것 같았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한 시간 전까지는 도착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잠시 기다려 줄을 서서 무료 입장으로 들어갈까 고민을 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미술관 입구로 가는 길,
넓고 웅장한 건물 앞에 한 미술가의 조각상이 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
한국에선 역사적으로 왕, 전쟁 영웅, 독립 운동을 하신 분들이 시내 주요 장소에서 상의 형태로 우리를 만나는 듯 하고, 개인적으로 미술가의 조각상을 유심히 찾아본 적이 없다보니 새롭게 느껴졌다.


궁정 화가로 살며 약 360년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보는 <시녀들>(아래 그림)을 비롯한 숱한 작품을 남긴 이를
마드리드 대표 미술관의 입구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티켓을 구입하는 곳 맞은편에도 또 한 사람의 조각상이 방문객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
18-19세기 마드리드의 화가였던 그는 벨라스케스와는 달리 아름다운 그림 만큼이나 어두운 그림으로도 유명했다고 한다.
그들의 그림은 각자가 사는 시대의 영향을 받았고, 시대를 보여주는 한 폭의 기록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림에 대해서도, 마드리드에 대해서도 잘은 모르지만,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움직이면 훨씬 이해하기 편할 것 같아
오디오 가이드를 구매했다.
줄 있는 이어폰을 여행 짐에 마지막에 넣길 정말 잘 한 것 같다.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감상하러 가자! 하고 티켓부스로 들어와 표를 끊었다.


관람 시간대가 찍힌 티켓을 받았다.
티켓은 15유로.
적은 비용은 아니지만, 관람객이 많이 몰리거나 기다리는 시간을 아낀 비용이라 만족한다.


티켓 구입처 왼쪽의 성당을 따라가다 보면 미술관 건물 안으로 입장하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전시실로 입장하기 전 큰 짐을 맡겨야 했다.
검색대에 백팩을 올려 검사를 받고 짐을 맡긴 덕분에 발걸음이 가벼웁게 감상할 수 있었다.
패딩도 맡길 걸 그랬다. 내부가 따뜻해서 나중엔 뛰어다니느라 더웠다.

짐 보관소 입구


짐을 맡기면 작고 귀여운 번호판을 준다.
짐을 찾을 때 다시 제시하면 되니 잃어버리지 않게 잘 넣어두었다.


순수 오디오 시간만 2시간 35분.......
그래서 관람에 한 세월이 걸린 것이었다.

2시간 반 가량 그림을 찾아 정신 없이 움직였다.
0층의 경우 방을 따라 이동할 때마다 차례로 그림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경우도 많았지만,
프라도 미술관 내 전시실의 변동이 잦은 편이라고 한다.
12월 7일 자 업데이트가 된 버전이지만 다른 전시실에서 그림을 발견한 경우도 드물게 있었다.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아주 넓고 끝 없이 많은 방이 모두 전시실이었는데, 어디에나 현장을 관리하는 요원이 한 명씩 있었던 것 같다.
잘 몰라서 카메라를 드는 관람객이 있을 땐 어김없이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고 알려주었다.

새로운 방에 들어갈 때면

  • 입구의 벽에 있는 숫자와 알파벳으로 먼저 방 번호를 확인하고
  • 오디오 가이드 앱에서 해당 전시실에 있는 그림을 소개한 음성파일이 있는지 확인한 후
  • 그림 앞에서 그림에 대한 소개를 쭉 듣고
  • 설명을 다 들은 그림에 대한 음성파일에 표시 ❤️ 를 남기면서 이동했다.

관람을 마쳤을 땐 6작품을 제외하고 모두 작품을 직접 보고 해설을 들은 뒤였고,
발엔 이미 불이 나 있었지만 더 없이 즐거웠다.


오디오 가이드를 따라 0층을 다 돌고 1층에서 방과 방 사이의 복도를 지나가던 찰나.
그레코, 티치아노, 벨라스케스, 무리요 등 여러 작품을 프라도 미술관에 전시하고 있는 시대의 미술가들의 이름이 멋지게 나열되어 있었다.


개별 그림의 특징과 그림을 그릴 때의 시대상,
전투와 관련된 그림이면 그림 속 인물의 구도와 말이 보여주는 승패의 뉘앙스,
무엇보다 특별했던 건 스페인의 미술이 융성할 수 있었던 것이 왕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
글로 기록하는 역사엔 늘 관심을 가져왔고, 한국사와 세계사 모두 좋아했지만,
그림이 보여주는 역사가 이렇게 흥미로울 수 있다는 걸 마드리드에 와서 처음 경험했다.
미술이 보여주는 역사와 미술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로웠다.


입구에서 보이는 넓은 기념품 샵.
전시를 다 보고 나왔을 때 여운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갈 수 밖에 없다.


기념품샵에서 한국어 도록을(그것도 정중앙에!) 보자마자 꺅~~
하지만 저 두께...... 저 폰트.......
라면 받침으로 쓰겠지 싶어서 눈물을 머금고 사지 않았다.


대신, 이 날 감상한 작품 수 만큼이 소개된 한글 미니 가이드북을 구입했다.


5시에 맞추어 관람하기 시작했는데, 정신 없이 감상을 하고 나오니 오후 8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낮에 보았던 성당으로 보이는 건물은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약 50작품을 감상했지만 한참 못 미친다고 느낄 정도로 작품이 가득했던 프라도 미술관.
다음엔 더 많은 작품을 가이드와 함께 천천히 즐기면서 경험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림을 정말 못 그리더라도 얼마든지 미술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해 준 새로운 시간이었다 :)


그리고 이 날,
2만 5천보를 걸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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