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연말이다.
지난 2년 동안 고요했던 연말이 끝났음을 알리는 듯 서촌엔 가는 곳마다 사람이 그득했다.
평일 낮이었지만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카페 세 곳을 다녀야 할 만큼 따뜻한 공간엔 사람들이 많았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올 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더 보기로 했다.
내년엔 더 자신만의 콘텐츠로 삶을 일구어나갈 친구들을 보면서 지난 1년 이상 고민했던 직장생활에 대해 잠시 쉬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결정을 잘 한 것이라고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12월 마지막 주, 한 해를 회고하며 좋은 이들과 함께 마무리를 하고, 오래 일해온 직장엔 이별을 고했다.
추운 날씨에 길이 많이 얼어있었기 때문에 많이 취하지는 않으면서 가볍게 와인 한 잔과 식사를 곁들일 곳으로 친구가 추천해준 곳이 dekad였다.
비교적 최근에 오픈한 곳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 날 사워도우와 비트 리조또, 플랫 피쉬, 그리고 플랭크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플랭크 스테이크를 보며 체육인이 다 된 친구에게 '우린 이걸 먹어야 한다'고 했다
크지 않지만 깔끔한 디자인에 묵직한 접시.
독립한 지 10년이 되어가니 독립할 때 집에서 가져온 안 쓰던 그릇세트 대신 내 취향이 담긴 것들로 구성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 날 고른 와인은 로제 :)
주문한 메뉴 중 생선 요리가 있어 골랐는데, 정말 잘 선택한 와인이었다.
단 맛이 강하지 않았지만 아주 상큼하고 가벼워서 식사와 디저트까지도 좋았다.
도마네 고벨스버그 로제
빵순이로서 지나칠 수 없었던 사워도우! 역시 따뜻하고 겉이 바삭거리면서 속이 부드러운 빵이 최고의 맛이다
색감이 아주 강렬했던 비트 리조또는 보리의 식감과 사르르 녹는 관자가 아주 좋았다.
개인적으로 계란을 아주 좋아하지 않는데, 소스와 같이 먹을 때 무척 맛있었다.
와인과 가장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 플랫 피쉬. 레몬 덕분일까?
생선이 정말 부드러워서 다소 턱운동이 필요한(?) 스테이크와 리조또 사이에서 좋은 조합이었던 것 같다.
녹색 소스 = 살사 베르데. 직관적인 이름이었다.
플랭크 스테이크는 운동량이 많다는 설명 때문에 조금 단단하거나 질기진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상큼한 와인이나 플랫피쉬와 달리 크림소스가 무게를 잡아주는 것 같아 좋았다.
순식간에 식사를 하고, 약간 남은 와인과 아쉬운 마음에 주문한 커스타드 브륄레.
마지막에 상큼한 와인과 달콤한 디저트로 마무리하니 만족스러웠다.
양이 꽤 많아서 셋이서 나누어 먹기에도 충분했다.
좋은 사람들과 따뜻하게 함께 보낸 연말의 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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