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행하는 곳을 잘 알 수록 더 재미있어지기 마련.
사전에 찾아보기 보단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것을 선택한 뒤 우연히 발견한 것,
오디오 가이드투어였다.
이미 프라도 미술관에서 그림마다 가진 자세한 에피소드와 디테일한 설명을 들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웠던 경험이 있어서,
마드리드 풀 패키지를 결제했다.

올패스 안에 프라도 미술관이 포함되어 있어 중복 결제한 셈이지만,
성공적인 베타테스트 덕분에(?) 다음 결제로 이어진 것 아니겠어?
아, 숙소에서 미리 결제하지 않아서 고생 좀 했다.
근처 스타벅스에 와이파이가 있을까 해서 찾아봤지만 연결 가능한 와이파이가 없고,
일일 500MB 한도 데이터 로밍을 믿고 데이터로 결제를 시도지만
결제 화면에서 자꾸 멈추는 마이리얼트립 ㅠㅠ
결제 시도에만 20분 이상 쓴 듯.
결국 휴식할 겸 숙소로 돌아가 투어라이브 모바일 웹페이지에서 직접 결제했다.
간 김에 새벽에 일한 여파로 피곤한 눈도 잠시 쉬어주고.
기분 좋으려고 간 여행이니까 씩씩 거릴 일도 없다.
그리고 나서는 시내 워킹 투어-
설명을 듣고 이동한 후 다음 오디오 파일을 듣는 식으로 한 시간 정도 나홀로 투어를 다녔다.

솔 광장에서 잘 보이는 곳에 있는 곰돌이와 나무.
이 곳이 홍대역 9번 출구쯤 된단다.
만남의 광장이라서.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하고 가이드를 듣다보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심볼이었다.

자세히 보면 왼쪽 발꿈치가 반질반질하다.
사람들이 저기만 문질렀단다. 소원이 이루어진다나.
어딜 가나 복을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은 비슷한 모양이다.

마드리드에 온 첫날, 의미도 모르고 숙소에 가기 위해 지나쳤던 솔 광장.
현지의 이름은 Puerta de Sol(태양의 문)이다.
늘 화창하고 깨끗한 마드리드의 하늘.

태양의 문이라는 이름을 닮은 광장 한 켠.

우체국으로 쓰이던 건물은 시청사가 되었다.
그래서 이름이 Casa de Correo. 까사 데 꼬레오(우편의 집, 즉 우체국)
솔 광장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조각상은 까를로스 3세.
건축왕이고 업적이 많다고 한다. 성과로 평가 받는 리더
세종대왕 동상이 의자에 앉아있는 것과 달리 스페인에서는 왕이 말을 탄 동상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23년 2월) 이 곳은 공사가 한창이어서 넓게 펼쳐진 공간을 볼 수는 없었다.

시청사 정문 앞에 있는 0km 지점.
실제 마드리드의 정중앙이 아닌 건 안비밀.
하지만 이 장소가 마드리드에서 다른 여러 도시로 통하는 요충지인 것은 분명해보인다.
근데, 2-3년 전 사진을 보면 깔끔한 컬러던데 여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시청사 문 옆에 붙어있는 안내문.
프라도 미술관에서도, 가이드 투어에서도 1808년 5월 2일, 그리고 5월 3일의 이야기가 여러 번 언급된다.
초딩 스페인어로 읽어보니
'1808년 5월 2일 이 같은 장소에서 영웅들(스페인 사람들)이 나폴레옹의 군대와 싸웠다'고 한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Goya(고야)가 그린 이 날(5월 2일), 그리고 다음 날(5월 3일)의 그림을 보고 나니
그림으로 기록된 역사를 실제 장소로 복습하는 기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국가를 지키기 위해 저항했고, 다음 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곳.
관광객이지만 그저 웃을 수만은 없었다.

오디오 가이드투어가 너무 새로운 경험이었던 것이,
혼자 돌아다니지만 목소리 잘 들리고 재미 있는 가이드가 계속 길을 알려주는 느낌이었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면 어떻게 가면 되는지까지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물론 난 다음 장소로 갈 때마다 구글 맵을 열었다.
내 방향감각보다는 구글을 믿으니까.
그래서 폰 배터리가 부족하기 일쑤.
충전과 가이드 투어를 번갈아가며 천천히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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