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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매일의 삶

그저 꿈 이야기. 삶에 큰 파동을 일으킨 사람에 대한 기억.

by es-the-rkive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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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한 때 내 삶의 1순위였던 분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냈다.

멘토이기도, 언니이기도, 닥터이기도, 베프이기도 했던,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기도, 섭섭하고 질투나기도 했던,
직장 상사라는 표현 만으로는 부족한 그녀.

일하는 틈을 내어 여유를 즐기고,
일이 끝나면 세미나를 같이 다니거나 저녁을 먹는 날이 숱하게 많았었다.
대림동의 칼국수도 문래동의 찌개도 연남동의 술집도 열심히 다녔더랜다.

직장에서의 한계로 1년여의 고민 끝에 그 곳을 떠났고,
떠나는 그 주에 송별회를 마친 날 그녀는 처음 쓰러졌다.
그렇게 얼굴도 못 보고 한 작별은 반 년이 넘어서야 아지트에서 후일담을 들을 수 있었다.
죄책감과 섭섭함과 여러 감정이 뒤섞여 다가가지 못하고 그렇게 몇 년을 지내며 근황만 듣고 있던 작년 가을,
회사의 상장을 1주일 앞두고 그녀는 다시 쓰러졌다.
그게 마지막일 줄은.

3일 간 있었다.
염을 할 때 비로소 그녀의 마지막 얼굴을 보았다.
늘 한결 같았던 평온한 얼굴을 하고.
실감이 전혀 나지 않는 작별이라 눈물이 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녀와 가까운 사이였다고, 마음을 터놓고 오랜 시간 의지했었다고 하기엔 멀리서 서로 달려가는 것을 지켜본 시간이 있어서일까,
발인이 끝나고 마지막 의식에서 나는 그녀의 유골함에 차마 손을 댈 수 없었다.

몇 번을 깨던 어제 새벽 어느 꿈에서 나는 누군가에게 이끌려 어느 실내로 들어갔다.
가정집처럼 보이는 공간에서 그녀가 서 있었다.
꿈인데... 하면서 서로 와락 안았다. 엉엉 울었다. 보고싶었다고. 난 잘 지낸다고.
그렇게 꿈에서 깨고 난 뒤, 반가웠다.
보고싶었던 마음이 어느 구석에 계속 쌓여있었는데,
인사하지 못한 아쉬움이 문득 밀고올라왔는데
그렇게라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녀가 간 뒤로 나는 그녀와의 사이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돈독해지는 중이다.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리고 내일로 미루지 않고 오늘 후회하지 않는 하루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삶에 계속 변화를 터뜨리고 있다.
하지 않은 것은 언제나 미련으로 오래 남으니 그러지 않을 거야.

보고싶었어요.
반가웠어요.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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