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남기자니, 어디에 기록해도 보여주기 식일 것 같아 아는 이들이 읽지 않을 이 곳에 남겨본다.
많은 이들이 희생된 9년 전의 날과 더불어 나에게는 7년 전 이맘 때 떠난 친구가 있다.
그 날, 나는 이화여대에 외근을 나가 일하고 있었다.
오후 언제였을까.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유독 가까웠던 다른 친구에게 유가족의 연락이 닿았다며. 연락을 받은 친구는 사인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연초부터 만나자고, 그 친구의 집에서 모여서 자고 가자는 이야기를 하다 다들 바쁘다는 이유로 취소가 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았었다.
함께 만나던 친구들에게 바로 연락을 돌리고, 반차를 내고 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왜?’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던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함께 모이는 친구들 중 가장 똑부러지고, 공부도 잘 했고, 가장 가깝지는 않아도 나와 가장 비슷한 결을 가진 친구였다.
친구들과 강의를 같이 듣기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다니며 혼자 진로를 다르게 만들어가던 때 다른 학과 강의를 같이 듣게 되면서 더 가까워졌고, 또래 친구들보다 더 어른스럽고 징징대지 않는 친구를 보면서 가장 걱정스럽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형편이 어려웠던 나와 달리 그 친구는 유복해보였고, 그걸 드러내지 않은 덕에 부럽거나 시샘이 나기 보다는 그런 친구의 성숙함을 닮고 싶었다. 늘 차분하고, 성실한 그 친구가 좋았다. 말을 많이 나누지 않아도 편안했다.
그래서 도저히 왜 갔을 지를 예측할 수 없었다.
도통 자기가 힘든 이야기나 고민에 대해서 들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이틀을 내리 장례식장에 갔다.
하루는 함께 모임을 갖곤 하던 친구들이, 다른 날은 선배, 동기들이 방문해 주었다.
친구의 큰어머니를 통해 약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만, 가족들도 이 친구가 어떠한 상황을 겪고 있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아 눈물도 나지 않았다.
지금은 친구에게 연락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실감을 하게 되는 것 같지만.
그 때 난 누구에게도 살뜰할 여유가 없었다. 내 일을 통해 성장하고 인정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했고, 친구들과 만나 연애 이야기나 이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소하게 느껴졌었다. 다들 자기 삶을 잘 살고 있을 거라 생각했었고 말이다.
이 친구를 보낸 이후로 이 생각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내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도 함께할 사람들이 조금은 덜 불행하고 조금은 더 즐겁게 살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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